완급조절
지난 15일, 다니고 있는 음악학원에서 색소폰 연주회가 있었다. 연주회라고 해도 정식 음악회가 아니다. 크리스마스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음악학원에서 배우고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평소 연습하는 곡을 발표하는 이벤트였다. 나도 이중주와 사중주를 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중주는 여름부터, 이중주는 10월말부터 열심히 연습했으니 연주가 끝난 후에 해냈다는 큰 만족감을 느꼈다.
그 반작용인지 다음 날은 아무 것도 할 생각이 없고 다행히 일도 없는 날이니 오랜만에 하루종일 쉬고 있었다.
'완급조절'이라는 말이 있다. 야구에서, 투수가 모든 타자에게 전력을 다해 던지지 않고 상대에 따라 힘을 조절하는 일, 즉 강타자에게는 전력을 다하여 던지고, 상대적으로 타격이 약한 타자에게는 힘을 아끼며 던지는 경우를 이른다. 원래 있던 그런 뜻에서 발전되어 일과 휴식의 균형을 잘 맞춰서 활력을 다시 얻는 것도 의미한다.
평소 잘하려고 하는 사람은 더욱 잘 쉬는 것이 어렵다. 조금 쉬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도 다른 일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휴식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상태라고 부정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 없이 움직이는 사람은 없다. 자동차는 연료가 있으니 움직일 수 있다. 인간을 자동차와 비교하는 일이 이상하다고 한다면 다른 동물들과 비교할 수 있다. 곰이 겨울잠을 자는 이유는 굶주림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에는 식물이나 벌레 등 곰의 먹이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먹이를 찾는 에너지와 섭취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저울질한 결과, 전자가 더 크기 때문에 동면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다람쥐가 겨울잠을 자는 이유는 추우면 체력이 소모될 수밖에 없고, 겨울에는 다람쥐가 좋아하는 식물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람쥐의 경우 곰처럼 동면 전 '폭식'을 하지 않는다. 대신 가을에 열매를 맺은 도토리를 둥지로 가져가 먹이를 확보해 두었다가 겨울잠을 자는 동안 가끔 일어나서 식사를 한다.
방법은 다르지만 곰도 다람쥐도 자연의 섭리에 맞춰서 자신의 행동방식을 선택한다.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먹고 싶을 때 무엇이나 먹을 수 있으니 동물처럼 자연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몸의 목소리를 듣지 않게 된다.
투수는 모든 타자에게 최선을 다해 던지면 버티지 못하기에 완급을 조절한다.
인생에도 그런 발상이 필요하다. 피곤하면 쉰다. 당연한 말일 수도 있지만,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의 눈치과 직장의 사정에 너무나 신경을 써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가?
리키마루 사치코 교수는
일본 주오(中央)대학 법학부 준교수
외국어를 좋아하는 일본인 교수, 세계 7개국 언어 가능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중국어, 한국어)
최경규작가 저서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일본어로 번역(あなたのせいではありません)(2024년),
“세종 한글로 세상을 바꾸다" 라는 책을 공동번역(2022년).
김미경학장 “오늘부터 다시 스무 살입니다" (2021년)및 최경규작가 “마음에 길을 묻다" (2023년)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출연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