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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04 (화)

임지윤 작가 에세이

커피를 마시면 배가 아파요


“강사님! 라이트 로스팅이 된 커피를 마시면, 배가 아플 수도 있다는데 정말이에요?”

퇴직을 앞두고 커피 공부를 시작한 그녀, 그와의 첫 만남은 커피가 아닌 카페레시피 수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등학교 교사인 그녀 앞에서 수업한다는 것이 부담이었던 첫 기억, 하지만 그녀는 시간이 지날수록 내 걱정을 서서히 불식시키고 있었다. 배우는 것을 즐기고, 자신이 아는 것을 나누며,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열정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수업이 끝난 후에도 종종 연락을 주고받으며, 커피와 일상 이야기를 나누는 그녀, 카톡으로 물어 오는 그녀의 질문에 TV로 향했던 나의 시선을 옮겨 질문을 다시 읽어본다.

라떼를 마시고 배가 아팠다는 경험은 수강생들에게 흔히 들을 수 있었지만, 라이트 로스팅 된 커피를 마시면 배가 아플 수 있는지 묻는 건 처음이다.

 

 

‘라이트 로스팅된 커피를 마시면 배가 아프다?’

‘로스팅으로 생성되는 화학 성분들과 복통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 나에게 속으로 질문해본다.

라떼를 마시면 배가 아픈 이유는 우유에 있는 유당과 관련이 있다. 사람에 따라 락타아제라는 효소가 부족할 경우, 제대로 분해가 되지 않은 유당이 대장에서 발효가 되어 복부 팽만감, 복통 등을 유발하곤 한다. 그런데 우유와는 상관이 없는 라이트 로스팅과 복통, 어떤 관련이 있을까?

 

라이트 로스팅은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생두를 로스팅하는 방식이다. 라이트 로스팅을 하는 이유는 생두고유의 향미와 특성을 최대한 살려 생기있는 산미와 긍정적인 향을 원두에 담기게 하기 위함이다. 라이트 로스팅을 한 원두는 밝은 갈색을 띄고 꽃, 과일과 같은 향과 신맛이 강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로스팅 시간이 짧을 경우 향미는 잘 보존이 되지만 카페인 손실이 적고, 클로로겐산의 함량이 높다. 높은 카페인과 클로로겐산이 함유된 커피를 마시면 위산 분비가 촉진되어 과도하게 분비된 위산에 의해 위벽이 자극을 받아 속쓰림, 위염 유발할 수가 있다. 클로로겐산은 장 운동을 촉진해 복부 팽만감도 유발할 수 있다.

 

또 하나, 짐작할 수 있는 이유는 커피의 산미이다.

 

향미가 좋고, 유기산 성분이 함유된 아라비카 품종을 로스팅할 경우 그 향미와 산미를 보존하기 위해 라이트 로스팅을 한다. 그로인해 분해가 되지 않은 산 성분이 더 많이 남아있게 된다. 라이트 로스팅이 된 원두는 유기산이 많이 유지되어 산미가 더 강하고, pH가 낮아 4.9~5.2정도이다. 오렌지 주스의 pH가 약 3.3임을 감안할 때 커피의 산도가 높지는 않지만 위에 자극을 줄 수도 있다.

 

핸드드립으로 브루잉을 하는 커피는 대부분 라이트 로스팅된 아라비카 품종이 많다. 아라비카 품종 중에서도 향미와 산미가 좋은 스페셜티를 핸드드립으로 추출해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기산 성분이 풍부한 아라비카 품종을 라이트 로스팅 해 마시니 위가 약하거나, 많이 마시면 자극을 받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높은 품질의 아라비카 원두를 핸드드립으로 즐기는 그녀의 커피 취향, 라이트 로스팅된 커피를 많이 마시면 복통이 올 수도 있었겠다 싶다.

 

질문에 생각을 정리해서, 그녀에게 답장을 보낸다.

“네, 그럴 수 있어요. 라이트 로스팅된 원두는 카페인 손실이 적어 카페인 성분으로 위산 분비가 촉진될 수 있어요. 그로 인해 위벽이 자극을 받을 수 있고, 아라비카 품종의 산미가 위에 자극을 줄 수 있지요. 특히, 공복에 마시면 이러한 자극이 더 강하게 느껴지고 위에 자극과 부담을 주니 식사하시고 30분 이후, 드셔보세요.” 커피를 워낙 좋아하는 우리라, 오늘은 얼마나 마셨을지에 대한 이야기로, 서로의 건강을 확인한다. 오늘도 역시 적지 않은 양이었지만, 일찍 잠자리에 들어보자며 다짐을 하고 카톡 창을 닫는다.

 

어쩌면 그녀는 다른 이들과 연결되는 대화와 만남 사이에 커피가 있음을 좋아하진 아닐까?

커피를 통해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커피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레 안부를 묻고 연결이 되는 잠깐의 시간, 커피를 공부하고 사람들과 커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음이 더없이 감사한 날이다.

 


 

임지윤

 KCIGS 센서리 심사위원

 2024 국제요리&제과경연대회 칵테일 라이브 심사위원

 2022 MOC (마스터오브카페) 센서리 심사위원

 AST(Authorized SCA Trainer)

 Q-GRADER (국제아라비카 감별사)

 R-GRADER (국제로부스타 감별사)

한국외식조리사중앙회 대외협력이사

 2024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