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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금)

김연희 작가 에세이

잘 살아온 우리에게!

 

 

봄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날. 서로 다른 지역에 살다 보니, 점심 한 끼 하기도 쉽지 않은 친구와 급하게 약속이 잡혔다. 지나가는 길에 잠시 시간을 낸 것이라 만나기 바쁘게 식당으로 향한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낮술을 부른다. 가볍게 막걸리 한 잔씩을 앞에 두고 두런두런 얘기 중 친구가 지나가듯 하는 말이다.

 

그래도 우리 잘살아온 거 같지?”

 

그럼, 너도, 나도 잘살았지. 훌륭해!”

 

막걸리가 넘칠 듯 찰랑거리는 잔이 유쾌하게 부딪치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어쩐지 들떠 보인다.

 

우리 잘살았다.”라는 한 마디가 주는 여운은 길었다. 살아온 지난 시간을 온전히 인정받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살다 보면 겪게 되는 수많은 일을 왜 내게만?”, “왜 지금?”이란 말로 부정하고 저항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살면서 현재 겪는 일들은 좋은 일과 나쁜 일로 단정 지을 수 없음을 이제는 안다. 새옹지마(塞翁之馬)란 고사성어가 얘기해주듯이, 지금은 나쁜 일인듯해도 시간이 지나면 그 일이 오히려 계기가 되어 새로운 기회가 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삶이 내게 주는 교훈을 깨닫는 그때부터 나는 사정없이 흔들릴지라도 뿌리째 뽑히지는 않는다.

 

당신은 잘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혹시 후회와 미련이 가득한 삶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우리는 매 순간 최고의 선택을 하며 살았을 것이다. 한 번밖에 없는 내 인생인데 허투루 살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지금 잠시 쉬어갈 수는 있지만 우리는 언제나 자신의 삶에 넘치는 애정을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부족한 삶이었다 자책할 필요는 없다. 우리의 시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지금도 잘살고 있으니 말이다.

 

자기긍정 심리학 - 나카시마 테루 -

우리 몸은 스스로 병을 이겨내는 자기 회복력이 있듯 마음의 병도 스스로 회복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열쇠가 자기 긍정감입니다."

 

 

자신에게 잘살았다고 칭찬할 수 있는 삶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내가 걸어온 시간을 비난이나 후회하지 않고 칭찬할 수 있다는 것은 과거뿐 아니라 지금 현재와 다가올 미래를 지극히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말이다.

 

자기 긍정의 힘이다.

 

자기 긍정은 있는 모습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좋아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보다 긍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사람은 타인의 평가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타인이 내 삶을 평가하는 것에 무디어져도 괜찮다. 삶이란 큰 그림에서 내가 타인을 평가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우리도 다른 사람의 평가가 필요하지 않다. 내게 필요한 것은 오직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다.

 

친구와 짧은 만남이 내게 던져준 메시지는 삶에 대한 잔잔한 감동이다. <모든 날 모든 순간>이라는 대중가요의 제목처럼 폭풍 속에서 흔들릴 때조차 나는 나를 사랑했고 삶에 대하여 진심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함께 커피를 마시던 지인이 그래도 잘 살아온 것 같아.”라고 내게 말한다.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해서 맞아. 우리 정말 잘 살았지. 앞으로도 그럴 거야.”라고 얼른 대답한다. “잘 살았다.”라는 이 한마디는 누구에게나 위로와 힘이 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