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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일)

김연희 작가 에세이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월말이면 커피 쿠폰 도착을 알리는 문자가 온다. 유일하게 참여하는 매일 독서 30챌린지에서 매달 완주자에게 선물로 지급하는 것이다. 책 읽기 습관을 들여볼 생각으로 월 회비 5천 원에 자발적으로 참여를 했다. 덕분에 매일 30분이라도 거르지 않고 책을 읽는다. 그것만으로도 나에겐 충분한데, 선물까지 받으니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낸 것 같은 뿌듯함을 매달 느낀다. 이런 선물이라면 누구든 받고 싶지 않을까?

 

요즘은 감사한 마음, 축하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방법이 다양하기도 하지만 가장 획기적인 건 속도가 아닐까 한다. 몇 번의 손놀림으로 어느새 누군가에게 쿠폰이라는 형태로 선물이 도착해 있는 그런 세상에 우리가 살게 될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말이다. 가끔 소포 상자를 들고 우체국을 드나들던 아날로그 시대의 정성이 그리울 때가 있다. 내가 선물과 편지지를 고르는 시간을 즐기던 시절이 까마득한 옛날이야기가 된 듯하다.

 

벌써 3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으려나.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 종이 신문이 보편적이던 시절. 결혼을 앞둔 지인에게 어느 해 보다 의미 있는 생일 선물을 하고 싶은 마음은 지금 생각해도 엉뚱한 선물을 생각해 낸다. 자신이 태어난 날, 세상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된다면 기분이 어떨까 싶었다. 고민 끝에 떨리는 마음으로 유명 신문사 몇 곳으로 전화를 했고, 그중 한 신문사에서 당시 발행된 신문을 복사본을 보내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서울에서 등기로 신문을 받아 편지를 동봉한 소포로 보내기까지 2~3주는 더 소요된 것 같다. 느리게 느리게 도착하는 선물이어서 설레는 기다림은 덤이다.

 

그때 신문을 선물한 일은 상대를 위한 최상의 선택이었고, 책과 세상에 관심이 많았던 그 사람에겐 가장 적합한 선물이었다고 생각한다.

 

니체의 말, 시라토리 하루히코 엮음

너무 과한 선물을 하면 상대는 고마워하지 않는다. 부담스러운 짐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물은 마음이라고 하지만, 적당하지 않으면 상대를 난처하게 만들 뿐이다.” 

 

 

생각해 보면 선물이 핸드폰에서 몇 번의 클릭에 순식간에 전달이 되든, 시간을 들이고 발품을 파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든 선물이 주는 감동과 의미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변한 것이지 우리의 마음이나 가치가 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이제 필요에 따라 온라인 구매를 선호하고 내 손을 거치지 않고 전달되는 경우가 많지만, 선택까지는 충분한 고민을 한다. 어떤 선물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내 마음을 전달해 줄지 심사숙고하는 마음은 오래전 발품을 들이던 그때와 다르지 않다.

 

이번 달도 커피 쿠폰 도착을 알리는 문자가 올 것이다. 대단한 선물은 아닐지라도 커피가 일상이 된 요즘,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에게도 과하지 않은 적당한 선물이라는 생각을 늘 한다. 획기적인 속도와 더불어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 또한, 매력적이다. 때론 디지털 세대처럼 빠르게, 때론 귀한 선물을 들고 찾아가는 아날로그 세대처럼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봄과 여름이 교차하는 5월은 명절 다음으로 인사를 챙기기 바쁜 달이다. 니체의 말처럼 선물이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짐이 되지 않는 적당한 선물을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간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