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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4 (목)

최홍석 칼럼 - 포플러

세월이 흘러도 결코 아름디운 추억이 될 수 없는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의 기억이 그렇다. 남들은 유년이 그립다느니 다시 돌아가고 싶다느니 하지만 내가 유년이 그립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는 것은 4학년의 기억 때문일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나는 담임 선생님이 결코 원하는 반장이 아니었다. 3학년 까지는 저학년이라 담임 선생님이 직접 임명을 하셨지만 4학년부터는 소위 고학년이라 하여 학급 회의에서 직선제로 뽑았다. 선생님께서 내심 점찍어 놓으신 아이가 있었는데 눈치 없는 친구들이 나를 반장으로 선출을 했고 더구나 나는 지극히 내성적인 데다가 통솔력도 부족한 아이였다.

 

그래서 아침자습 통제 미숙으로 꾸지람을 듣기 시작하여 청소 불량으로 혼나며 막을 내리 기까지 하루 일과는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가장 두려운 시간은 체육시간으로, 그 중에서도 줄지어 운동장을 행진 하는 이른 바 제식훈련이었습니다. 뱀처럼 구불구불한 행렬을 보며 선생님은 모든 책임을 앞장 선 반장의 바르지 못한 걸음 탓으로 돌리셨습니다. 아무리 정신을 집중하고 발밑을 똑바로 보며 바로 걸으려 해도 어느새 줄은 꾸불거리게 되고 선생님의 불호령은 나를 기죽게 했습니다.

 

나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드디어 학교를 그만두고 농사일을 거들겠다는 의사를 아버지께 말씀드렸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으신 아버지는 할아버지께 쟁기질을 배우던 당신의 경험을 들려주셨습니다. 소의 꽁무니만 바라보고 가게 되면 아무리 정신을 차려도 밭이랑이 엉망이 되곤 했는데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건너편 밭둑의 목표를 정하고 그리로 소를 몰아가라고 하셨고 정말 이랑이 점점 바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말씀을 깨달은 나는 행진할 때 되도록 발밑을 보지 않고 고개를 들어 운동장 건너편의 포플러나무에 시선을 고정시킨 다음 똑바로 걸으려 애를 썼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힘들었던 4학년을 무사히 통과 했습니다. 비결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나는 지금도 내 걸음이 비틀거릴 때 내가 또 발밑을 보고 있었음을 깨닫고 고개를 들어 저 건너편에 우뚝 솟아있는 포플러이신 그리스도를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 최홍석 칼럼니스트

 

최홍석

전남대학교 국문과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석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서울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교감 및 교장 정년

“믿음의 주요 또 온전케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 너희가 피곤하여 낙심치 않기 위하여…….”(히 12:2, 3)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