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를 꿈꾸는 70세 청년을 만났다
'참 멋있어!’ 그분을 뵐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헌혈 센터에서 근무하다 보면 비교적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20년 이상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얼굴만 보아도 나이를 가늠할 수 있지만, 가끔은 생각했던 것보다 나이 차이가 나서 놀랄 때도 있다. 오늘 만난 분이 그렇다.
건강에 누구보다 관심을 가질 나이지만 항상 활기찬 모습으로 헌혈을 정기적으로 해주시는 분이다. 내년이면 71세, 헌혈할 수 있는 나이가 만 69세까지니 더 이상 헌혈이 어렵다. 헌혈할 수 있는 날들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오늘의 헌혈이 더 소중하다고 하신다.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그분과 이야기를 조금만 나누어 보아도 그가 가지고 있는 긍정에너지가 전해진다. 그래서 옆에 있는 사람까지도 기분이 좋아진다.
헌혈하러 오실 때마다 인생의 선배로서 도움이 될 삶의 이야기들을 들려주시는데, 오늘은 여행을 가신다며 넌지시 말을 건넨다. 죽기 전에 한 번쯤은 꼭 봐야 한다는 오로라를 위한 아이슬란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여행을 준비하면서 체력이 정말 중요할 것 같다는 말을 강조하신다.
은퇴 후 삶을 즐기고 있는 그에게 나는 물었다. “노년에 행복한 삶을 보내기 위해 무엇이 중요할까요?” 그는 체력과 경제적 능력, 그리고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라고 답했다.
그의 말에 공감이 간다. 은퇴까지 10년가량 남은 나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무엇보다 역시 건강이라고 생각한다. 건강을 잃으면 무엇도 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알게 되었다. 헌혈이 가능하다는 건 생각보다 대단한 일이다. 혈압도 괜찮아야 하고, 혈색소 수치도, 간 기능 수치까지 다 정상이어야 하니까 말이다. 사실 나이 들면서 이런 수치들을 관리하는 일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젊어도 헌혈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만난 분은 노년임에도 헌혈이 가능하다. 어떻게 관리하셨길래 저럴 수 있을까 궁금해서 여쭤봤더니, 특별한 비법은 없다고 한다. 그냥 꾸준히 걷고, 기름진 음식을 줄이고, 스트레스 안 받으려 노력하신다는 게 전부라고. 하지만 그가 말한 평범한 일들이란 것이 우리 현대인들에게는 어쩌면 어려운 일이 아닐까?
나 역시 건강검진 결과를 볼 때마다 조금씩 걱정이 생긴다. 저분처럼 오랫동안 건강을 유지하려면 지금부터라도 뭔가 달라져야만 할 것 같다.
문득 10년 후 나의 모습을 그려본다. 저분처럼 활기차게 살 수 있을까, 아니면 여기저기 아파서 병원을 다니고 있을까? 결국 오늘을 어떻게 사느냐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제부터라도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해야겠다. 그렇게 작은 것부터 하나씩 바꿔가다 보면,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저 사람 참 멋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정영희 작가
· 대한적십자사 혈액원 간호사
· 혈액관리본부 직무교육강사
· 2025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 최경규의 행복학교 자문위원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