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학에서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공은 당시 비루한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던 절망 섞인 염원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우리 교육이 쏘아올린 공은 달랐다. 그것은 척박한 땅에 떨어진 씨앗이었고,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낸 단호한 칼날이었으며, 마침내 한강의 기적이라는 거대한 꽃을 피워낸 생명력이었다. 교사는 ‘국가 건설자(Nation Builder)’로서의 눈부신 역할로 틈새를 메우며 해외의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선진국의 위상과 번영, 완전한 민주주의는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그 속에는 교실 창가에서, 기름때 묻은 공고의 실습실에서, 그리고 밤을 지새우던 야간의 학교 전등 아래서 시작된 '교육의 힘'이 거둔 결실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 글에서는 대한민국 교육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 어떻게 국가 부흥의 원동력이 될 수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우리의 미래 교육의 방향과 의지를 다지고자 한다.
첫째, 문맹 퇴치와 국가의 기초를 세웠다. 해방 직후 대한민국의 문맹률은 78%에 달했다. 이름 석 자 적지 못하는 국민이 태반이었던 나라에서, 우리는 가장 먼저 '글눈'을 뜨게 하는 일에 집중했다. 마치 제2의 훈민정음 발포와 같은 의미를 간직하게 된 것이다. 1950년대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천막 교실을 세우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혔던 열정은 세계 교육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광경이라 할 것이다.
당시 부모들은 자신의 끼니를 거르면서도 자식의 '월사금'을 마련했다. 소를 팔고 논을 팔아 자식을 학교에 보냈던 그 처절한 헌신은 단순한 교육열을 넘어, "내 자식만큼은 나처럼 살게 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사회 변혁의 의지였다. 이 '작은 공'은 전국으로 퍼져나가 대한민국을 세계에서 가장 문맹률이 낮은 나라, 빈약한 부존자원을 극복하고 인적 자원이 유일한 자산인 나라로 만들었다.
둘째, '한강의 기적'을 일군 기능공들의 땀방울을 고품격 가치로 만들었다. 1970년대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주역은 고등 교육을 받은 엘리트들만이 아니었다. 여기엔 전국의 공업고등학교와 기술훈련원에서 배출된 수많은 숙련공들이야말로 실질적인 엔진이었다. 그 숙련공 중에서는 훗날 이 나라 대통령을 배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낮에는 기계를 돌리고 밤에는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기능 강국'의 토대를 닦았다. 독일의 광부와 간호사로 떠났던 이들이 손에 쥐었던 기술 역시 우리 교육이 심어준 생존의 도구였다. "기술이 곧 국력"이라는 구호 아래 길러진 인재들은 조립 수준에 머물던 한국 산업을 조선, 자동차, 반도체라는 첨단 산업으로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동력이 되었다. 교육이 개인의 성공을 넘어 국가의 산업 구조 자체를 뒤바꾼 순간이었다.
셋째, 교실에서 시작된 민주주의의 함성을 주도했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비판적 사고와 정의를 가르친 교실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산실이 되었다.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고등학생들의 외침,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중심에 섰던 대학생들의 저항은 모두 교육을 통해 '권리'와 '자유'의 가치를 깨달은 이들이 쏘아올린 공이었다.
어둠의 시대에도 교사들은 시대의 양심을 가르쳤고, 학생들은 책장 사이에서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품격을 배웠다. 지식의 확장은 의식의 확장으로 이어졌고, 이는 결국 권위주의를 무너뜨리고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이는 최근에 와서도 이 나라 민주주의의 공든 탑을 허물고, 역사의 물줄기를 역행하고자 했던 12·3 비상계엄에 저항하는 시민의 용기와 행동을 이끄는 바탕으로 작용했다.
오늘날 우리 교육은 다시 새로운 공을 쏘아올릴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치열한 경쟁과 성적에 따른 줄 세우기 곧 서열화라는 커다란 폐단을 극복해야 할 과제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본질은, 우리 교육이 언제나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사다리'였다는 사실이다.
변변한 천연자원 하나 없는 나라에서 사람을 키워 세상을 놀라게 했던 그 저력은 여전히 우리 안에 흐르고 있다. 이제 우리가 쏘아올릴 새로운 공은 '성적'이 아닌 '성장'을, '차별'이 아닌 '포용'을 향해야 한다. 미래 세대가 급변하는 AI 시대 속에서도 인간다운 품격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창의력을 계발하고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K-컬쳐를 지구촌 구석구석에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오늘날 우리 교육이 다시 써야 할 기적의 서사라 할 것이다.
과거의 교육이 오천 년 역사의 ‘가난’을 이기는 경쟁의 날카로운 무기였다면, 미래의 교육은 ‘공존’과 ‘연대’를 배우는 지성의 마당이 되어야 한다. 척박한 대지 위에 교육이라는 작은 공을 쏘아올려 오늘을 만든 선배 세대의 헌신을 기억하며, 이제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한 더 크고 따뜻한 공을 쏘아 올려 바람직한 인간,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시민 육성, 세계를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는 이타적인 인재 육성의 교육으로 전환해 새 역사를 창조하는 K-교육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 믿는다.

▲ 전재학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 인천과학고 외 7개교 영어교사
·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세원고 교감
· 인천 산곡남중 교장
· 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 주간교육신문, 교육연합신문 외 교육칼럼니스트 활동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