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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목)

김연희 작가 에세이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 깨어있기를

 

 

 

“행복을 위해서는, 행복해지는 데는, 얼마나 작은 것으로도 충분한가! 더할 나위 없이 작은 것, 가장 미미한 것, 가장 가벼운 것, 도마뱀의 바스락거림, 한 줄기 미풍, 찰나의 느낌, 순간의 눈빛……. 이 작은 것들이 최고의 행복에 이르게 해준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

 

니체가 말한 ‘가장 미미한 것’이란 이런 것이었으려나.

 

토요일 아침, 나는 달콤한 늦잠에 빠진 아이에게 조용히 다가간다. 한쪽으로 몸을 세워 자는 아이의 뒤편으로 살짝 다가가 살포시 껴안는다. 잠결에도 엄마인 걸 아는지 등을 밀착시키고 내 손을 잡더니 다시 깊은 잠에 빠진다. 내게 안긴 아이의 체온이 주는 따스함을 무엇이라 표현해야 할까?

 

나는 가끔 “사람의 체온만큼 따뜻한 게 없더라.”라는 말을 하곤 한다. 어떠한 따스함도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온기만큼 따뜻하고 평온하고 허기진 영혼을 채우는 것은 없지 않을까 싶다.

 

 

엄마와 아이라는 관계성도 분명 작용했겠지만, 아이에게서 느낀 따스함은 내 마음과 생각이라는 영역을 빠르게 지나쳐서 그 어떤 것에 바로 닿고 있음을 순간 느꼈고 그것만으로 충만했다. 그 말랑하고 심연 같은 느낌을 굳이 어떤 한 단어로 표현해야 한다면 바로 ‘행복’이다.

 

누구나 살다 보면 이런 순간을 마주할 것이다. 누군가는 진한 커피 한 잔에서, 누군가는 초여름 담벼락 밑에 수줍게 피어있는 제비꽃 무더기를 발견하고서, 혹은 순수함의 결정체인 아기의 웃음에서 그러할지도 모른다.

 

다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발견하고 느낄 수 있는가는 오로지 나에게 맡겨진 일이다. 느끼고 깨닫기 위해서는 대상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 외부의 어떤 대상에서 행복을 찾으라는 말이 아니다. 우리 안의 행복이 스스로 경직되고 무디어지지 않게 세상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알아차리고 내 안의 행복이 생생하게 살아있게 하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극히 평범한 내가 무엇을 경험하고 “나는 지금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인생을 여행에 빗대어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는 이 여행에서 어떤 경험을 나에게 선물해야 하는가? 아마도 이미 내 안에 있는 행복이 다른 부정적인 것들에 가려지지 않고 빛날 수 있도록 잘 보살펴 최고의 여정이 되기를 바라고 있지는 않을는지.

 

나란 한 존재는 세상에 한없이 너그럽고 긍정적이다가, 때론 암울하기 그지없는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럴 때 세상은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사소한 것에서 기쁨을 찾고 감사히 바라볼 때는 내 안에서 행복이 차오르고, 암울할 때는 그 사소함에 불행을 느낀다. 부정적 감정이 행복을 가리지 못하게 늘 깨어있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내가 아이에게서 느꼈던 그 따스함은 어쩌면 정말 미미하고 가벼운 것이라 하더라도 나를 순수한 기쁨과 행복으로 이끌었던 그 감동의 순간은 우리 옆에 널려있을지도 모른다. 그냥 누군가 알아봐 주길 기다리면서 말이다. 행복은 말하고 있지 않을까. 매 순간 깨어있어라. 부디 깨어서 나를 알아보라고 말이다.


김연희 작가는

글 쓰는 순간이 행복해서 계속 씁니다. 마음과 영혼을 이어주는 글을 통해 의식 성장을 하며 행복의 의미를 찾아가는 작가로 살아갑니다.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이며,저서로는 <치유글약방> 2023, <성장글쓰기> 2024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