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지 작가 에세이
아침부터 청소기 소리가 요란하다. 오랜만의 연휴라 가족들 모두 각자의 방을 정리하느라 분주한 가운데, 나 역시 이리저리 펼쳐놓은 책들이 가득한 책상을 내려다본다. 이틀째 그대로인 책 페이지며, 먼지가 내려앉아 걸레질을 해야 할 것 같은 탁상시계와 안경. 먹다 남은 커피. 무엇을 그렇게 열심히 지웠는지 하얀 책상 위에 뿌려진 지우개 조각들까지. 정리하지 않고 내버려둔 책상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불편해졌다. 어떤 이유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최근 여러 일로 머릿속이 복잡했었다. 그런데 덩달아 지저분한 책상을 보고 있자니, 약간의 짜증 어린 감정이 올라왔다. ‘마치 정리되지 못한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아서.’ 불편한 감정을 떨쳐버리기 위해,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내 나는 창문을 열고, 걸레를 챙겨 책상과 선반을 닦기 시작했다. 읽기 위해 꺼내 두었지만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책들은 책장으로, 흩어져 있던 물건들은 서랍 속으로 정리했다. 남겨진 책들은 크기별로, 자주 보아야 하는 순으로 두고, 마지막으로 볼펜꽂이에서 잘 나오지 않는 볼펜들을 하나씩 살폈다. 책상을 정리하고 보니, 생각보다 버려야 할 물건들이 많았다
- 대한민국교육신문
- 2024-05-16 0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