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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2 (화)

전재학의 교육이야기 5 - 대학진학에 매달리는 직업계고, 이대로 괜찮은가?

최근 주요 경제 신문(서울경제, 2025. 11.26.)에서는 “‘최저임금’ 일자리에 … 직업계고 학생들 ‘다시 대학으로’”라는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기사에 의하면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률 및 진학률이 크게 대조를 이루고 있다. 최근 직업계고의 4년간 취업률은 57.8%→55.2%로 매년 하락하는 반면에 대학 진학률은 같은 기간 45.0%→49.2%로 상승해 전체 졸업생의 절반에 육박했다. 올해 진학자는 전문대학 1만 5648명(진학자 중 53.3%), 일반대학 진학자는 1만 3725명(46.7%)였다. 이는 청년 취업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고졸 취준생’의 선택지가 좁아지자 대학으로 눈을 돌리는 학생이 늘어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현상의 기저에는 “최저임금 일자리로는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는 생각이 압도적이다. 위에서처럼 직업계고 학생들이 다시 대학으로 몰리는 현상은 단순한 진학 경향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제시한 ‘직업의 사다리’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음에 가깝다.

 

몇 해 전, 교육 언론에 소개된 직업계고 기계과 학생의 인터뷰 내용이 떠오른다. 그는 전국 기능경기대회에서 입상한 실력파였고, 재학 중 현장실습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졸업 후 그는 결국 대학 진학을 택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고졸로 취업할 수 있는 자리의 대부분이 최저임금, 승진구조는 불투명, 기술 발전 속도는 빠른데 회사는 투자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이 사례는 지금 직업계고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그동안 ‘고졸 채용 확대’라는 정책 구호에도 불구하고 그 구호를 지탱할 산업 현장의 변화와 보상 체계는 여전히 답보 내지 후퇴라 할 수 있다.

 

직업계고를 되살리는 해법은 단순히 “현장실습 개선”이나 “진로 프로그램 강화”에 머무를 수 없다. 학교-기업-지역-국가의 구조적 연동을 전제로 한 대수술이 필요할 뿐이다. 이때 핵심은 세 가지라 할 것이다: 직무의 질 제고, 산업 트렌드와의 정합성 확보, 학생 경험의 고급화가 그것이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직무의 질을 높이는 ‘고졸 전문직군 생태계’가 필요하다. 독일의 유명한 마이스터 체제가 성공하는 이유는 ‘고졸+기능’이 곧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숙련에 따라 임금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구조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바이에른주의 한 기계정비 마이스터는 30대 중반에 연봉 6천만 원을 가뿐히 넘는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직업계고 출신이 회사에 들어가도 단순 노동—즉 대체 가능한 업무—에 머물기 쉽다.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고졸 기술인력 전용 직무 트랙, 임금 상향평가 기준, 5~10년 경력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직업계고 졸업이 곧 존중받는 ‘전문경력의 시작’이 될 때 학생의 선택은 자연스레 바뀔 것이다.

 

둘째, 학교 교육과 산업 트렌드의 정렬이 필요하다. 한 IT계열 직업계고에서 있었던 일이다. 학교는 4년째 같은 커리큘럼으로 코딩 수업을 진행했지만, 인근 기업들은 이미 클라우드·AI·로봇 프로세스 자동화로 업무 구조가 바뀌고 있었다. 결국 기업들은 학교의 학생들을 “기초는 있으나 당장 활용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교육부는 ‘직업계고-기업 간 공동 교육과정’을 선언했지만 여전히 많은 학교는 노후 장비, 부족한 실습교사, 현실과 동떨어진 평가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산학일체형 캠퍼스, 기업 실무자가 참여하는 교육과정 위원회, 3년 단위 실습 장비 전면 개편 같은 현실적 개혁이 필요하다. 교실이 산업 현장을 늦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산업 현장과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의식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셋째, 학생 경험의 고급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나라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일본의 일부 공업고는 유명 제조사와 함께 ‘학교 안 미니 공장’을 운영한다. 학생들은 실무 생산라인에서 실제 공정을 배우고, 품질 관리, 생산 기획까지 경험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나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체득한다. 우리도 단순 현장실습이 아니라, 학생이 기술인의 정체성을 체험하는 프로젝트 기반 실습(PBL), 기능경기·산업 인증 연계 포트폴리오 시스템, 학교 기업(School Company) 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자연스러운 스타트업의 창출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또한 학생이 졸업과 동시에 ‘경력 1년’을 인정받는 구조를 만들면 취업 경쟁력은 확연히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직업계고를 살릴 길은 그저 머나먼 길인가? 가장 우선적인 직업계고의 혁신은 “고졸 일자리의 품격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기업은 숙련을 존중하는 직무 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정부는 고졸 전문직군의 임금·경력 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 학교는 산업 변화에 맞춘 교육 혁신으로 학생의 기술 정체성과 성장 가능성을 키워야 한다. 이 세 가지가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직업계고는 다시 사회가 신뢰하는 교육 경로가 될 것이다. 이것만이 맹목적인 대학 진학을 예방하는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더 많은 학생들이 ‘대학 말고도 멋진 길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며 대학진학으로만 몰리는 것에서 과감하게 학벌타파의 선봉에서 전문직 존중의 문화로 이 사회를 선도(First Mover)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 전재학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 인천과학고 외 7개교 영어교사
·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세원고 교감
· 인천 산곡남중 교장
· 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 주간교육신문, 교육연합신문 외 교육칼럼니스트 활동

 

[대한민국교육신문]